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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데이즈 분석 (3일의 시간 구성, 청와대, 작가)

risingy 2025. 7. 12. 06:02

2014년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쓰리 데이즈’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갑자기 실종되며 벌어지는 72시간의 긴박한 추적극을 다룬 작품입니다. 단순한 액션이나 스릴러가 아니라, 권력과 음모, 시스템과 인간의 윤리적 갈등까지 담아내며 ‘한국형 정치 스릴러’라는 장르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이 드라마는 김은희 작가의 각본으로도 유명한데, 그녀는 이후 ‘시그널’, ‘킹덤’, ‘지아이조: 기원의 시작’ 등을 통해 글로벌하게 주목받는 한국 드라마 작가가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쓰리 데이즈’의 플롯, 정치적 메시지, 그리고 김은희 작가의 세계관을 중심으로 본 작품의 가치를 재조명해 보겠습니다.

3days에서 대통령으로 나온 손현주 배우

 3일의 시간구성

‘쓰리 데이즈’는 대통령 실종이라는 설정을 통해 단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사건 전개를 선보입니다. 총 16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 이야기는 3일이라는 시간 안에서 발생합니다. 에피소드마다 시간이 흐르듯 설정되어 있어, 시청자들은 마치 실시간으로 사건을 추적하는 듯한 몰입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는 기존 드라마와 차별화되는 장점으로, 김은희 작가의 가장 큰 장기 중 하나인 '시간을 활용한 스토리텔링'이 빛을 발한 지점입니다. 주인공 한태경(박유천)은 청와대 경호관으로,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인물입니다. 한태경은 계속 발생되는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며 그 사건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들이 나옵니다. 그는 사건이 단순 실종이 아님을 눈치채고, 뒤에 숨겨진 거대한 권력 음모와 마주하게 됩니다. 대통령 이동휘(손현주)는 겉으로는 정의롭고 강직하지만, 과거 군 시절 벌인 일과 그로 인한 협박에 시달리며 사건의 중심인물로 부각됩니다. 최고의 권력자인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세력들에 맞서 전쟁의 서막, 결전, 심판 등 각각 3일씩 총 9일 동안 대통령을 지켜내는 내용입니다. 긴박하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장면들로 인해 시청자는 눈을 뗄 수 없게 됩니다. 각 인물의 선택은 이야기의 방향을 바꾸며, 시청자는 끊임없이 진실을 추적하게 됩니다. 김은희 작가는 플래시백, 심리묘사, 정교한 대사를 활용하여 단순한 장르극이 아닌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드라마를 완성합니다.

청와대·경호 체계

‘쓰리 데이즈’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청와대 내부 시스템, 대통령 경호 체계, 정보기관의 작동 원리 등 현실적인 설정입니다. 김은희 작가는 이 드라마를 쓰기 위해 실제 경호원들과 인터뷰하고 자료 조사를 철저히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드라마 속 정보 전달 방식, 의사결정 과정, 군-기업-정보기관의 관계 등은 실제와 상당히 흡사한 디테일을 보여줍니다. 이 같은 사실성은 드라마의 긴장감을 높이고, 시청자에게 ‘이 이야기가 실제일 수도 있다’는 설득력을 줍니다. 드라마는 권력 내부의 부패와 그에 저항하는 개인의 윤리적 선택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대통령조차 자유롭게 결정할 수 없는 정치 현실, 기업이 정치에 개입하며 정보를 조작하는 구조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불신과 유사합니다. 특히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얼굴일 뿐, 시스템은 그 뒤에 있다”는 대사는 이 드라마가 단순히 액션이 아닌, 권력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는 걸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한태경은 단순한 경호원이 아닌,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는 명령을 따르면서도 ‘왜 지켜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어떤 진실을 위해 싸워야 하는가’를 스스로 정의합니다. 이는 김은희 작가 특유의 캐릭터 설정 방식으로, 단순히 선악이 아닌 복잡한 인간 내면을 그리는 방식과도 연결됩니다. 이 드라마는 그저 흔한 액션물이 아니라 권력의 및 낯을 드러내고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입니다.

김은희 작가: 장르물의 경계를 넘는 이야기꾼

김은희 작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드라마 작가님 중 한 명입니다. 스릴러, 미스터리, 수사극에서 독보적이어서 따라올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거의 모든 작품이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쓰리 데이즈’를 통해 단순한 스릴러 작가가 아닌, 한국 장르물의 정체성과 깊이를 만들어낸 창작자임을 증명했습니다. 그녀는 2011년 ‘싸인’을 통해 법의학 수사극이라는 장르를 개척했으며, ‘유령’에서는 사이버 범죄, 시그널에서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형사극을 선보이며 극찬을 받았습니다. 이후 킹덤을 통해 좀비물에 조선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접목시켜 글로벌 플랫폼에서도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 외에도 산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의 지리산, 스릴러와 코미디가 적절히 조합된 위기일발 풍년 빌라, 악귀에 씌인 여자와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악귀 등의 작품이 있습니다. 쓰리 데이즈는 그 모든 성공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권력, 시간, 양심이라는 세 가지 축이 본격적으로 충돌하며, 이후 김은희 작가 세계관의 중요한 패턴으로 자리 잡습니다.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드라마를 쓴다는 건 세계를 설계하는 일이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쓰리 데이즈는 바로 그런 세계 설계의 첫 실험이자 성공작입니다. 그녀의 글은 디테일에 강하며, 모든 대사와 장면에 의미가 있습니다. 쓰리 데이즈는 빠른 전개 속에서도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시청 후에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이는 단지 잘 만든 드라마를 넘어, 기억에 남는 드라마로 자리 잡게 한 결정적 요인입니다. 김은희 작가의 초기 세계관을 보고 싶거나, 한국 드라마 속에서 진정한 장르적 깊이를 찾고 있다면 이 작품은 반드시 추천할 만한 명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