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거란전쟁 제작비화 (연출의도, 촬영지, 제작사)
KBS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은 2023년 말부터 2024년까지 방영되며 역사적 사실을 대중적으로 재조명한 작품으로 평가받았습니다. 고려의 명장 강감찬 장군과 거란의 대립을 중심으로, 고려 역사상 가장 중요한 외세 침입 사건 중 하나인 3차 거란 침입과 귀주대첩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대하사극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연출 의도와 촬영 방식, 제작비 배분과 제작사 구조 등에서 그동안 보기 드문 진지함과 공을 들인 흔적이 엿보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드라마가 어떻게 기획되고,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촬영되었으며, 어떤 방식으로 거대한 예산이 운용되었는지를 중심으로 상세히 알아봅니다.
연출의도: 민족 자긍심을 되살리는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은 kbs의 34번째 사극으로 강감찬과 고려의 황제 현종을 비롯한 많은 영웅들을 조명한 드라마입니다. 26년간의 고려거란 전쟁의 승리와 고려의 발전을 역사적으로 보여준 작품입니다. 고려거란전쟁은 단순히 전투의 승패를 보여주는 전쟁 사극이 아니라, 고려라는 나라의 정치적 복잡성과 당시 백성들의 삶, 그리고 영웅 강감찬의 리더십을 재조명하는 데 그 의도 두고 있습니다. 연출을 맡은 김한솔 PD는 이 작품에 대해 “강감찬이라는 한 인물이 아닌, 고려 백성 전체의 승리”라는 키워드를 강조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영웅 중심의 사극을 넘어서, 공동체의 서사를 보여주려는 시도였습니다. 드라마에서는 3차 거란 침입 당시의 외교적 협상, 고려 조정의 내부 갈등, 그리고 백성의 저항까지 여러 각도에서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특히 연출진은 극의 전개에서 전투 장면 못지않게 인물 간의 감정선, 국정 운영의 고민, 왕과 신하의 갈등 등 정치극적 요소를 풍부하게 녹였습니다. 이는 사극이 자칫 전쟁 장면에만 의존해 흥미를 끌려는 흐름에서 벗어나, 서사와 메시지 중심의 스토리텔링으로 이동한 사례입니다. 여성 인물의 조명도 이번 드라마에서 눈에 띄는 특징입니다. 고려 왕실과 민간 여성 인물들을 통해 당시 여성의 역할과 영향력을 그리며, 성별을 초월한 공동체의 저항 서사를 완성했습니다. 이러한 연출은 젊은 세대와의 공감대 형성에도 일조하며, 시청자의 층을 넓히는 데 기여했습니다. 또한, 강감찬이 단순히 무장이나 장군이 아니라, 고민하는 리더, 전략가, 민심을 살피는 인물로 묘사된 점도 특징적입니다. 이는 기존의 전쟁 영웅 서사에서 벗어나 인물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하는 시도로, 강감찬이라는 인물에 대한 재해석의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6차례에 걸친 강대국이었던 거란의 침략에도 굴복하지 않고 승리를 쟁취한 고려를 보며 오늘의 대한민국이 어떻게 가야 하는지 보여줍니다.
촬영지: 전국을 누빈 대규모 로케이션
‘고려거란전쟁’의 촬영은 전국 곳곳에서 약 8개월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주요 촬영지는 전북 부안의 영상테마파크, 충남 논산의 계백사극세트장, 경북 문경의 오픈세트장, 그리고 강원도 철원의 산악지대입니다. 특히 ‘귀주대첩’ 장면은 철원 DMZ 접경지대의 험준한 자연환경에서 촬영되었는데, 이곳은 실제 고지대 전투 느낌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전투 장면은 300명 이상의 엑스트라와 마필 부대, 특수 촬영팀이 함께 움직이는 대규모 야외 촬영으로 진행됐습니다. 각본에 맞춰 촬영된 장면은 사전 리허설, 군사 자문, CG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매우 정교하게 구성되었으며, 현실감 있는 전투 연출을 위해 실제 무예 전문가들과 국방부 자문단이 참여했습니다. 세트 제작 역시 고증을 철저히 반영하여 이루어졌습니다. 고려시대 궁궐과 성곽, 병영 시설 등은 고건축 연구자료와 사료를 기반으로 설계되었으며, 세트 제작에는 약 4개월이 소요됐습니다. 소품과 의상도 국립중앙박물관 및 복식 전문가들과 협업해, 시대 고증에 맞춘 정교한 재현이 이루어졌습니다. 대표적으로 장군들의 갑옷은 금속 재질로 실제 착용이 가능하도록 제작되었으며, 이는 액션 장면의 현실감을 크게 높였습니다. 계절에 따른 자연 변화도 고려하여 겨울 장면은 실제 눈 덮인 강원도에서, 여름 장면은 전라남도 일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실제 날씨 조건과 지형의 험준함 속에서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만큼 드라마의 리얼리티는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제작사와 제작비: 300억 대형 프로젝트의 전모
‘고려거란전쟁’은 KBS가 8년 만에 다시 시도한 대하사극이며, 제작비는 약 300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KBS와 민간 콘텐츠 제작사 몬스터유니온이 공동 제작을 맡았으며, 여기에 영상 후반작업 전문회사 '웨이브픽처스', CG 전문업체 '디지털아이디어', 역사자문기관 등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예산의 대부분은 촬영과 후반 CG 작업, 세트 제작, 야외 로케이션 비용에 집중 투입되었습니다. 특히 3차 거란 침입과 귀주대첩 장면은 전체 예산의 30% 이상이 투입된 핵심 장면으로, 드론 촬영, 와이어 액션, 실시간 무기 폭파 효과 등이 동원되었습니다. CG 기술 역시 기존 사극 대비 월등히 향상된 퀄리티를 보여주며, 고려시대 궁궐이나 전투 장면의 디테일한 구현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또한 이 드라마는 단순한 시청률 성공보다 콘텐츠의 장기적 가치 확보에 초점을 두고 기획되었습니다. 역사적 고증 자문단, 의상학 박사, 군사 전문가 등이 정기적으로 대본 회의에 참여하며, 매 장면마다 사실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를 통해 ‘고려거란전쟁’은 드라마를 넘어 교육용 콘텐츠, 해외 수출용 콘텐츠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마케팅과 유통 전략도 기존 사극과는 다르게 설계되었습니다. 방송 외에도 OTT 플랫폼, 학교 교육용 콘텐츠, 유튜브 편집 버전, 다큐멘터리 제작까지 계획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채널에서 콘텐츠가 활용될 수 있도록 유연한 구조로 설계되었습니다. 한편, 제작사는 국내 사극의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만든 프로젝트로서 ‘고려거란전쟁’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고 자평합니다. KBS는 후속으로 고려 무신정권, 조선 건국, 임진왜란 등 다양한 시리즈화를 검토 중이며, 이를 통해 ‘K-사극 유니버스’ 구축도 기대됩니다.‘고려거란전쟁’은 단순히 장면 하나하나를 잘 만든 드라마가 아니라, 민족사의 재조명과 대하사극 복원의 철학이 담긴 프로젝트입니다. 연출, 촬영, 제작사와 예산의 운영까지 모든 과정이 장인정신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단순한 오락이 아닌, 한국인의 자긍심과 역사의식을 되살리는 콘텐츠로서 앞으로도 오랫동안 회자될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