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마인(Mine)’은 2021년 방영 당시, 화려한 영상미와 강렬한 여성 중심 서사로 많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품위 있는 그녀’, ‘힘센 여자 도봉순’ 등 인기작을 집필한 백미경 작가의 작품답게, 단순한 재벌가의 스캔들이 아닌 정체성과 자아 찾기를 중심으로 한 밀도 높은 드라마였다. 특히, 이보영과 김서형이라는 두 주연 배우가 각기 다른 여성상을 연기하며 극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낸다. 이 글에서는 마인의 줄거리, 인물 구도, 마인이 의미하는 메시지에 대해 분석한다.
줄거리
‘마인’은 상류층 재벌가인 효원 그룹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외적으로는 화려하고 안정되어 보이는 가족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다양한 갈등과 숨겨진 진실들이 존재한다. 주인공 서희수(이보영)는 효원 그룹의 둘째 며느리로, 유명한 배우였는데 외국에서 한지용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된다. 그녀는 남편 한지용(이현욱)과 양아들 하준을 돌보며 상류층 며느리로 살아간다. 하지만 새로운 보모 강자경(옥자연)이 등장하면서 그녀의 일상은 점점 위태로워집니다. 강자경은 단순한 보모가 아니라, 과거 한지용과의 사이에서 하준을 낳은 친모였고, 이러한 출생의 비밀은 효원가 전체를 뒤흔든다. 반면 첫째 며느리 정서현(김서형)은 이성과 절제가 뛰어난 사람이다. 효원 그룹의 실질적인 권력자이자 냉정한 판단력을 지닌 인물로, 외형적으로는 완벽한 며느리이자 리더다. 하지만 그녀 역시 감춰온 과거가 있다. 그녀는 남편 한진호(박혁권)와의 명목상 결혼 생활 속에서, 과거 연인 수지 최와의 재회를 통해 자신의 진짜 정체성과 욕망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두 여성 주인공의 내적 여정은, 단순한 출생의 비밀이나 가족 간의 갈등을 넘어선다. 이들은 상류층이라는 틀 안에서 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의 선택과 판단을 통해 진짜 ‘나’를 찾아간다. 줄거리 속에서 각종 반전과 복선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어, 시청자는 매회 극적인 몰입감을 경험하게 된다. 드라마 후반으로 갈수록 강자경의 정체가 밝혀지고, 한지용의 폭력성과 야망이 드러나면서 극은 더욱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결국 서희수는 남편을 떠나고, 정서현은 자신의 진실을 고백하며 효원가의 억압된 시스템을 해체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선택한 길은 단순한 탈출이 아닌, 자기 주체성을 향한 선언이었다.
인물 구도와 여성 중심 서사
‘마인’의 핵심은 인물 간의 구도에 있다. 특히 여성 인물들이 중심축을 형성하고, 그들의 관계 속에서 드라마의 서사가 전개된다. 서희수는 전직 배우라는 직업을 포기하고 상류층 며느리로 살고 있지만, 아들을 위한 헌신과 진실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판단력으로 점차 주체적인 인물로 성장해 간다. 그녀는 남편의 폭력과 배신, 가문의 위선에도 무너지지 않고, 결국 하준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정서현은 기존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캐릭터다. 이성적이고 냉정한 이미지를 지닌 그녀는, 감정 표현에 인색하지만 가족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책임감이 크다. 그녀가 억눌러 온 정체성은 과거 연인과의 재회로 표면화되고, 이를 감추지 않고 받아들이는 모습은 또 하나의 해방서사로 기능한다. 정서현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효원 그룹 내에서 가장 강한 권력을 쥐고 있으며,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움직이는 리더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강자경 역시 단순한 ‘외부 인물’이 아니다. 그녀는 한지용과의 과거를 통해 효원가에 들어오게 되었지만, 아이를 되찾으려는 모성의 욕망과 억울한 삶에 대한 복수심을 동시에 품고 있다. 한지용은 강자경이 조용히 살길 바랬지만 강자경은 아들에 대한 마음이 커지고 티가 나게 개입하기 시작한다. 아들에게 나쁘게 말한 집에 찾아가 부모를 협박하며 자신의 방법으로 아들을 지키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 또한 아이의 행복을 위해 물러서는 선택을 하며, 단순한 악역이 아닌 입체적인 인물로 완성된다. 내 아들을 가진 서희수를 원수처럼 여겼지만 나중에 서희수의 진심을 알고 서희수에게 사과하고 아들을 맡긴다. 이 외에도 효원가의 시어머니 양순혜(박원숙), 냉소적인 맏며느리, 나쁜 성격을 가지고 갑질하는 재벌 3세 등 다양한 인물들이 현실감 있게 묘사되어 있다. 이처럼 ‘마인’은 여성 중심의 드라마다. 남성 인물들은 대부분 극의 중심에서 비껴 난 인물로 그려지며, 오히려 여성들의 선택과 감정, 성장 서사가 이야기의 주된 흐름을 이끈다. 이는 백미경 작가가 꾸준히 보여주고 있는 여성 서사의 일환이며, 그 완성도와 현실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마인의 의미와 메시지
드라마 ‘마인’의 제목은 단순히 ‘내 것’이라는 소유의 의미를 넘어, ‘진정한 나, 주체적인 자아’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드라마는 여성들이 사회적 틀과 기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선택하고,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을 조명하여 메시지를 전한다. 이는 단지 서사적 장치가 아니라, 현실 사회 속에서 여성들이 겪는 억압, 역할 강요, 이중 잣대에 대한 비판적 시선으로 연결된다. 서희수가 겪는 위기는 단지 가정의 문제를 넘어서, ‘정체성의 위기’이다. 배우라는 자아를 포기하고 누군가의 아내, 며느리, 엄마로 살아온 그녀가 진실을 마주하면서 다시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과정은 매우 상징적이다. 정서현 역시 마찬가지다. 사회적 지위와 책임, 가족 내 역할 때문에 감춰온 정체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그녀는 비로소 진짜 자신으로 살아가게 된다. 드라마는 이와 함께 상류층의 위선과 가식, 권력의 비정함도 함께 비추고 있다. 효원 그룹은 외적으로는 교양 있는 재벌가처럼 보이지만, 내부는 온갖 비밀과 나쁜 것들이 얽혀 있다. 이러한 설정은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와 부의 세습, 성 역할의 고정관념 등을 반영한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기존 체계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단지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또한 작품 전반에 걸쳐 ‘마인’이라는 개념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 나만의 삶을 되찾기 위한 노력, 그리고 타인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온전한 존재로서 살아가는 방식. 이는 현대 여성들에게 도전을 주는 메시지이며, 단지 드라마적 장치에 그치지 않는다. 드라마 ‘마인’은 단순한 상류층 가족극이 아니다. 여성의 정체성과 독립을 섬세하게 풀어낸 명품 드라마로, 감정적이고 서사적인 완성도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백미경 작가만이 가진 대사력과 배우들의 명연기가 어우러진 드라마이다.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마인’을 의미한다.